환경 디자인을 넘어 소셜 디자인으로

[멘토인터뷰] 슬로워크 대표 “임의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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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저 대표님의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순수 회화를 전공한 디자이너에서 출발해, 시민단체 간사 등을 거쳐 현재는 디자인 회사 ‘슬로워크’를 운영하고 있는 임의균입니다.

 

슬로워크라는 이름을 짓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사업자 등록은 2001년에 했는데 처음에는 슬로워크 전신인 스튜디오 공공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어요. 주로 영상 분야만 하려고 하다가, 중간에 슬로워크라는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슬로워크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는 어느 날 카프카 단편집을 보는데 첫 장에 ‘선한 사람들은 보폭을 맞추어 걷는다’ 라는 문구를 보고 짓게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환경에 무지하다보니 환경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죠. 저희는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학습의 효과로 나중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생긴 거예요.

 

친환경디자인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분야의 일이 돈은 많이 못 받아도 일이 재미있거나, 좋은 분들을 많이 소개 받을 수는 있어요. 일반 디자인 회사 같으면 돈을 많이 받는 대신 그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해야겠죠. 하지만 비영리 단체가 돈을 조금 주다보니 대신 디자인은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을 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화려하게 디자인을 했죠. 그런데 어느 날 보니 비영리 단체가 돈도 없는데 후원회원 가입서도 화려하게 4도 인쇄에 후가공까지 하더라고요. 그걸 예산 절감 차원에서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환경 쪽으로 접근하게 됐어요.

한 번은 환경운동연합에서 엽서를 1,000장 만들어야 하는데 예산이 8만원 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그 비용이면 600장 정도의 인쇄비 수준인데, 디자인비도 없는 거죠. 그래서 당시 저희 직원들이 인쇄소에서 버려지는 종이를 모아다가 칼질해서 1,000장을 맞춰 갔다 드렸어요. 그랬더니 그 분들이 감사하다고 돈 대신 좋은 사람들을 많이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면서, 당시 환경운동연합 자문위원이셨던 우리나라 환경 컨설턴트 1세대 양인목 박사님을 소개해 주셨어요. 나중에는 2년 정도 저희 회사에도 함께 근무하시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공부도 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친환경이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어떤 것일까요?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닐까요? 제가 존경하는 이반 일리치라는 학자가 이런 말을 했어요. 친환경이란 결국 우리가 서로 서로 보살피면서 지내는 삶이 보다 행복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데 있다. 실제로 인쇄 사고의 경우 갑과 을의 관계성이 잘못되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한번은 울산 지역의 플랜트 사업 중공업 현장에 내려가서 컨설팅 작업을 수행한 적이 있어요. 플랜트 사업의 경우 전기 과부하가 굉장히 심해서 그걸 줄여야 하는데, 그 전까진 회사와 노조 함께 모여 문제를 논의한 경우가 없었어요. 노조에서는 힘들게 절약해 봤자 회사가 이윤으로 챙기는데 왜 우리가 전기를 아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이를 위해 우리가 한 디자인 작업은 픽토그램으로 작업 동선을 만들어 준 간단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그것으로 일 년에 몇 억씩 절감할 수 있게 되었고 대신 우리는 회사에 생긴 이윤을 노동자에게 복지로 돌려달라는 부탁을 드렸죠. 결국 관계를 밀접하게 하면 친환경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것 같아요.

 

디자인 업계에서 비환경적인 요소가 있다면요?

갑이 을에게 주는 촉박한 납기일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납기일이 촉박하면 인쇄사고율이 굉장히 올라가거든요. 이를 위해 유럽연합에서는 그린북이라는 환경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는데, 공공기관에서 하청을 줄 때에는 납기일을 일정 정도로 충분히 줘야 한다는 내용들이 적혀 있어요. 실제 우리나라 어떤 대기업의 경우 매년 친환경 프로세스로 인쇄물을 만드는데 50억 정도를 지출합니다. 그런데 인쇄사고율이 20%입니다. 10억이 날라 가는 이유가 납기 기한을 엄청나게 짧게 주다 보니 그렇습니다. 이걸 5일 정도만 납기 기일을 늘려 줘도 인쇄사고율이 한자리로 떨어질 수 있어요. 이런게 다 소통의 부재. 즉 관계성에 대한 고려를 아무도 안했기 때문이에요.

 

슬로워크가 친환경을 실천하기 위해 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간혹 환경운동가 분들과 식사를 하면, 잔반을 안 남기기 위해 다 드세요. 그런데 저는 다 먹는 게 고역이거든요. 더운데 에어컨 안 트는 것도 고역이고. 친환경이 심하다 보면 그린홀릭인데 슬로워크는 그린홀릭은 아닌 것 같아요. 친환경을 많이 알리려면 편해야 한다고 봐요. 예를 들자면, 이번에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집들이를 했는데 일회용 접시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누군가 의견을 내어, 뻥튀기를 접시로 사용해봤어요. 굉장히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 외에도 분리수거 같은 일반적인 것 뿐 아니라, 등 하나 빼기 같은 자체 캠페인도 했죠. 박원순 시장님의 경우 원전 한 기 줄이기 캠페인도 하시는데, 예전에 저희가 연구소에 의뢰해 본 바로는 전국에 등 열 개 중에 한 개 씩을 빼면 원전 한 기를 안 만들어도 된다는 통계가 나오더라고요. 그걸 인포그래픽과 모빌로 만들어 실제 사무실의 등을 한 개 씩 빼고 달았어요. 개인 스텐드나 전등도 전기가 별로 안드는 LED로 바꾸고요.

 

좋은 캠페인도 많이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직원이 한두 명 늘고 적자를 벗어나면서 첫 번째 했던 것이 세이브더칠드런과 모자뜨기 캠페인이었는데 이게 소위 대박이 났어요. 이후 굿네이버스, 월드비전 같은 큰 공익재단과도 많은 일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모자 뜨기 캠페인의 경우 시즌1부터 시즌7 현재까지 계속 저희가 진행하고 있어요. 원 액션(one action)의 경우 환경파괴로 죽어가는 북극곰은 기억하는데 정작 실제 생활에서는 화분도 잘 죽 이고 분리수거 못하고 사소한 것은 잘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실생활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하에 시작된 자체 캠페인이었습니다. 다행히 디자인 결과물도 좋아서 이후에 새로운 일을 많이 받게 되었죠. 보트 포 그린(vote for green)의 경우는 연예인도 참여하고 홍보도 많이 되면서 다른 단체에서도 저희 허락 하에 비슷한 캠페인을 진행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하신 작업 중에 가장 슬로워크다운 작업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4대강 멸종 위기종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안녕’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세스도 좋았고 스토리텔링도 다 좋았어요. 처음에는 아이콘 바탕화면으로 만들었다가 시민들이 요구해서 포스터를 만들었고, 그걸 다시 영문으로 만들었어요. 작업 결과를 해외 편집장들에게 보냈는데 ‘트리허거’등 유명 환경 매체에 실렸고, 그로 인해 글로벌 네트워크가 생겼고요. 그 주제로 달력을 만들어 판매하게 되었으며, 환경 매거진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원고를 쓰게 되었죠. 원고료로 받은 현미 쌀로는 사무실에서 밥을 해먹기 시작했고요. 당시 인쇄물은 1도로 찍었는데 이것도 인쇄소에서 버려지는 잉크를 모아 검정 잉크를 만들어서 작업했어요. 이후의 ‘구럼비’나 다른 작업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많이 진행했는데, 그 작업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 무척 컸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환경디자인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미술하는 친구들이 아무래도 예민하고 소극적인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디자인은 잘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갖힌 것 보다 이 잡지의 이름처럼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거리면서 열린 마음으로 남들과 소통하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좋은 디자인은 그 때부터 시작될 거예요.

 

 

* 자세한 내용은 청소년 진로잡지 두리번 vol.13 환경 편에서 확인하세요

[출처] 청소년 진로잡지 두리번 블로그
[원문 보기] http://blog.naver.com/do2279?Redirect=Log&logNo=150185330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