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하는 ‘착한 디자인’ 아기와 도시와 세상을 살린다

1 인포메이션 블랭킷의 정보담요. 모유수유 지침, 아기 발육 단계, 아픈 아기의 증상, 예방접종 등 신생아 정보에 대한 그림을 담은 ‘아기 싸개’다.

[esc] 스타일

일방적 정보전달 넘어 다수가 참여하고 소통해 만든 인포그래픽 프로젝트의 새물결

일방통행식 정보 홍수시대
생산단계부터 소비자 적극개입
복잡한 정보 쉽게 가공해
사회 변화 이끌어가는 작업

최근 수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은 다량의 정보를 공개하며 데이터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정보 수신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시각적인 표현으로 정보를 가공하여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으니 그것을 인포그래픽, 또는 정보디자인이라고 부른다. 이제 인포그래픽은 정치, 사회, 경제 관련 분야에서부터 방송이나 연예 관련 문화 분야 전반까지 확대돼 거의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정보 수신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받게 되었으며, 어느덧 정보는 계몽, 홍보를 위한 텍스트나 보여지는 이미지가 즉물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일방적인 정보를 전달받으면서 대화를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커뮤니케이션 석학 도미니크 볼통은 “정보가 소통의 효과를 내려면 수신자가 정보를 소화할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과 관용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방적인 선전만 하면 대중이 따르리라고 생각한 ‘피알’의 시대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정보를 표현하는 디자인은 더 나아가 홍보 수단으로 변질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몇몇 디자이너들과 의식 있는 기획자들은 정보가 결정되고 보여지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시민들이 단순한 정보 수신자에서 정보 생산자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홍보 수단이 아닌 인포그래픽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롭게 하는 프로젝트를 고민하며 시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2 슬로워크의 ‘안녕’.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다뤘다.

 

개인생활 데이터의 집합체 ‘데이텀’

2008년 미국 디자이너 니컬러스 펠턴은 라이언 케이스와 함께 무료 온라인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텀(daytum.com)을 만들었다. 데이텀은 하루를 뜻하는 ‘데이’(day)와 자료를 뜻하는 ‘데이텀’(datum)을 조합해 만든 이름이다. 이 플랫폼은 사용자들이 하루에 몇잔의 커피를 마셨는지, 얼마나 많은 거리를 걸었는지, 약을 얼마나 복용했는지와 같은 일상의 마이크로데이터를 기록하며 이를 시각화해 보여주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게 한다. 데이텀은 사용자들을 정보 생산자로서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일상의 정보를 기록하게 하고 표현의 배출구를 제공할 수 있게 한 프로젝트이다. 데이텀은 단 두가지 색깔 사용만으로 모든 차트를 표현하며 글꼴도 제약적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오히려 사용자들은 단순한 패턴의 이 모듈에 익숙해지기 쉽다. 모듈은 참여를 쉽게 유도하며 알 수 없는 내용을 수용하는 공식적인 프로그램이다. 데이텀을 사용하려면 아이폰 앱과 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단 두명이 운영하던 이 회사는 2011년 페이스북이 인수하여 현재까지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2 슬로워크의 ‘안녕’.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문제를 다뤘다.

 

개도국 영아들을 위한 ‘정보담요’

미국의 사회적 기업 인포메이션 블랭킷(The Information Blanket)은 비영리단체와 협력하여 개발도상국 영아들에게 인포그래픽을 활용한 ‘정보담요’를 제공한다. 의료 혜택이 적절히 지원되기 힘든 개발도상국에서는 영아 사망률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우간다는 1살 이전 영아의 사망률이 1000명당 7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영아 사망 비율을 가진 국가이다. 미국 6.3명, 영국 4.8명인 데 견주면 그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우간다의 부모들에게 영아의 건강과 관련된 정보 교육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아이를 감싸는 포대기에 육아 정보를 인쇄한 ‘정보담요’에는 단순한 아이콘과 친근한 모노톤의 색으로 표현된, 모유수유 지침, 아기의 발육 단계, 아픈 아기의 증상, 시기별 예방접종과 같은 기본적인 신생아 건강에 관한 인포그래픽이 담겨 있다. 텍스트보다 이미지를 중요하게 사용해 전세계 부모 누구라도 쉽게 육아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였다. 사이트(theinformationblanket.com)를 이용해 기부를 하면 우간다 신생아와 부모들에게 이 정보담요를 전달할 수 있다.

3 로스앤젤레스의 엘에이투비 프로젝트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해 교통정책에 반영했다.

 

함께 만드는 도시계획 ‘셰어 언 아이디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는 2011년 규모 6.3의 강진으로 시 전체가 피해를 보자 새로운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계획을 세우고 일방적으로 공표하는 접근법과는 달리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도시계획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캠페인을 시행했다. ‘셰어 언 아이디어’(Share an Idea)라는 캠페인은 시민들이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간단한 웹사이트로 시작하여 무브(교통), 마켓(소비활동), 스페이스(공간), 라이프(일상)의 4가지 시의 주요 분야를 나누어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캠페인으로 발전하였다. 분야별로 4가지 색깔만을 사용했는데 오프라인 행사에서 시민들이 의견을 내는 데 필요한 포스트잇 종이 색과 동일하며 말풍선과 같은 면적인 요소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모으는 가이드 구실을 한다. 이러한 일관된 디자인을 통해 오프라인 행사 이틀 동안 무려 1만명 이상의 의견이 모였고, 웹사이트와 이메일을 통해서도 10만개의 의견이 나왔다. 이 의견들은 실제로 도시계획과 정책에 반영되었다. 2011년부터 시작한 미국 로스앤젤레스시의 ‘엘에이투비’(LA2B) 프로젝트는 도로와 거리의 이동성을 최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자 시 정부 도시계획부 및 교통과에서 진행했다. 6개월간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기 위해 디자이너들과 협력하여 인포그래픽 연재를 하였으며 블로그형 플랫폼(la2b.org)을 통해 시민들이 참여하여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었다. 엘에이투비팀은 홈페이지, 단체 이벤트, 콘퍼런스 등 다양한 활동으로 확대되었으며 여기서 모아진 아이디어들은 미래의 엘에이 교통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연구하는 역할도 한다.

멸종위기 동식물 알리는 ‘안녕’ 프로젝트

슬로워크에서 2010년, 2012년 진행한 두번의 ‘안녕’ 프로젝트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위기에 처한 자연을 인포그래픽으로 제작해 사회에 널리 알리려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검은색만을 사용했는데 이는 나중에 인쇄용으로 제작될 때 인쇄소에서 버려지는 여러가지 색의 잉크를 한데 모아 검정 잉크로 만들어서 인쇄하여 내용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도 환경적인 것들을 고려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단순히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배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하여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어 프로젝트를 발전시켰다. 한장의 엽서에서 시작한 이 ‘안녕’ 프로젝트는 달력으로 만들어 판매되었고 수익금은 시민단체 기부로 이어졌다.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장(공간)을 제공해주고 참여를 유도하는 가이드나 최소한의 정보디자인(인포그래픽)만으로도 훌륭한 혁신은 이루어진다. 참여는 공모전을 내걸어서 상금을 주거나 의견수렴을 하기 위해 설문지를 돌려 채워넣는 식의 명목상 의견수렴이 아니다. 참여자들은 방관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언가를 통합하고, 형성하여 스스로 배포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발전해 나간다. 인포그래픽은 소통의 도구이다. 그럼으로써 소통은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참여의 도구이며 나아가 사용자와 시민들과 협상하는 도구이며 사회를 이롭게 하는 도구이다. 이제 인포그래픽은 참여, 소통, 공유,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진화중이다.

 

글 임의균/슬로워크 대표 im@slowalk.co.kr, 사진 각 단체 누리집 갈무리

 

[출처] 한겨레 뉴스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60126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