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구럼비… 그런 사회적 실상 디자인으로 알립니다”

사회적 디자인 기업 ‘슬로우워크’ 임의균 대표

임의균 슬로우워크 대표와 강혜진 디자이너가 서울 삼청동 사무실에서 제주 강정마을에 서식하는 동물을 이용한 ‘안녕 구럼비’ 포스터 초안을 들어 보이고 있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의미 있는 수단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저희의 바람입니다. 소셜 디자인은 ‘보여주기’식 디자인이 아니라 소통할 줄 아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봄 눈이 오던 3일 오전 디자인 회사 ‘슬로우워크’의 서울 삼청동 사무실에서 만난 임의균(37) 대표는 20평 남짓한 작은 한옥에서 14명의 직원과 함께 작업 중이었다.

슬로우워크는 영유아 지원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 유니세프의 아우인형 캠페인, 4대강 멸종위기 동물 포스터 제작 등 독특한 이력을 가진 디자인 회사다. 임 대표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자는 게 이 회사의 철학”이라고 밝혔다.

대학시절 순수 미술인 회화를 전공한 임 대표는 같이 공부하던 친구 2명과 함께 2002년 무작정 디자인 회사를 만들었다. “원래 참여연대 문화사업국에서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었어요. 그런데 좋은 일을 하는 단체들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홍보를 할지 고민하길래 그들을 전문적으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민단체에 브랜드를 디자인해 줌으로써 브랜드와 함께 사회적 책임까지 던져준 거죠.”

슬로우워크는 5일 ‘강정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안녕 구럼비’포스터를 내놓았다. 이를 계기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논란에 사회가 다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구럼비 디자인을 고안한 강혜진(25)씨는 “개발로 인해서 죽어가는 동식물을 디자인해서 사태의 현주소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한 단양쑥부쟁이, 재두루미, 표범장지뱀 등 12종의 동식물을 포스터로 제작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때문에 주위에선 정치적 색깔을 지적하기도 한다. 임 대표는 “우리가 추구하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환경일 뿐”이라며 “디자인을 할 때 중시하는 단 하나의 가치는 생명”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소셜 디자인 회사를 목표로 하다 보니 큰 돈은 벌지 못했다. “의뢰인들이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보니 계약금을 못 받을 때도 많았어요. 원고료 대신 현미를 받기도 했고, 어떤 사회적 기업에서는 수제 과자 석 달 치를 받은 적도 있어요.” 하지만 소문을 타고 차츰 고객들이 늘어 3년째 흑자다.

슬로우워크 직원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여태껏 디자인은 개발의 홍보 수단으로 이용돼 왔어요. 청계천, 4대강 사업, 디자인 서울, 뉴타운 개발이 모두 결국 과정보다는 결과를 홍보한 사업들이었지요. 이제는 정치와 개발 일변도의 논리가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잊혀지는 생명의 가치를 되돌아 봤으면 해요.”

 

글·사진=김현빈기자 hbkim@hk.co.kr

 

[출처] 인터넷한국일보
[원문 보기]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204/h2012040702361021950.htm